고객님의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여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얀 카네이션..-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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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어머니를 뵈러 가면서 카네이션 바구니를 하나 챙겼습니다.. 손잡이가 달린 앙증맞은 빠알간 카네이션..
문득.. 눈에 들어온 냉장고의 하얀 카네이션.. 몸에서 싸~한 전율이 느껴졌고..
머리를 스치며 아버지~.. 처음 보았고.. 처음 알았습니다.. 하얀 카네이션..
한다발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언제 돌아가셨는데 하얀색을 챙기시냐 묻기에.. 답하지 못했습니다..
비닐에 씌워진 한웅큼의 순백.. 너무나 창백함에 민망하여, 안개꽃을 둘러보라 했습니다.. 그럴싸한.. 하얀 카네이션 한다발..
빨강은 손에 들고.. 하양은 가슴에 받들어.. 울적한 마음으로 천천히 천천히.. 규정속도 이하로 고요히 아주 고요히.. 아니 가고 싶은 마음으로.. 그렇게 가고 있었습니다..
면사무소에 들러.. 아버지 존함을 적고.. 과장님께서 챙겨주신 확인서로 빈칸들을 채우고.. 제 도장을 찍었습니다..
아버지의 신분증을 반납하라.. 고 하는 소리에.. 멈칫 놀라 고개를 들고 얼음.. 내키지 않는 마음.. 망설이면서..
아버지를 그렇게 보내야만 했습니다..
이제 아버지는.. 세상의 새로운 모습으로 명명되겠지요..
밭에 계신 어머니를 뵙고.. 일손을 돕고..
서산에 해 저물 무렵..
모종삽을 챙기고.. 작은 생수 네병에 물을 담고.. 화분 대용으로 사용할 용기를 재활용수거함에서 챙겨.. 하얀 카네이션을 받들어 산으로 올랐습니다..
행여 아물기 전에 쓸려질까 덮어둔 차양막.. 그 사이로 잔듸가 무럭 솟아나와 있었습니다.. 덮어줘서 고맙다는 듯이, 반가이 맞아 주었습니다..
두번 절을 하는 짧은 순간에 만감이 교차하며.. "미안합니다.."
아버지 앞에 화분을 심고.. 하얀 카네이션 다발을 세우고.. 흙을 살짝 채워, 한병의 물을 비우고.. 다시 흙을 더 채우고, 또 한병의 물로 적시고..
아버지께 하얀 카네이션을 심어드렸습니다..
"미안합니다.." 저의 말이 들리시든 안들리시든.. 저의 마음이 보이시든 안보이시든.. 그저 "미안합니다.." .. 그 말 외에는 할 말도 없고.. 그 생각 외에는 다른 생각도 없습니다.. 그 것이 내가 할 첫소리고.. 둘소리고.. 셋소리고..
원래 늘 말씀이 없으신 분이셨고.. 역시나 아무 말씀이 없습니다..
잘하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잘나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내가 처음 본 하얀 카네이션은.. 그렇게 아버지께 심어드렸습니다..
다음에도 하얀 카네이션이 보이면.. 아버지 생각에 가슴이 먹.. 할 것 같습니다..
아직은 빨간 카네이션을 챙길 수 있는 어머니가 계시기에..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합니다만.. 어머니께는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정신을 집중시키며.. 글을 마칩니다..
시노원 의료진들과 관계자분들께 감사한 마음, 금할길 없이 한량하기만 합니다..
2015.05.07
남상훈 올림.. |